프란치스코 교황이 신앙인의 불성실에 관한 병명(病名)을 하나 더 지어냈다. ‘영혼의 골다공증’이라는 병이다.

교황은 9월 22일 아침 미사 강론에서 “모든 악의 근원은 탐욕과 허영, 그리고 오만”이라며 “허영은 뼈들이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지만 안으로는 삭아 있는 골다공증처럼 우리를 속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겉모습에 치중하는 허영은 영혼을 불안하게 한다”며 그런 삶에 물들지 말라고 당부했다.

“흔히 겉으로 드러난 것만 보고 말합니다. 참 좋은 사람이야, (신심이 좋아서) 주일미사를 거르는 법이 없어, 교회에 기부도 많이 하는걸’… 겉으로 보이는 모습입니다. 하지만 골다공증처럼 내면이 비어 있을 수도 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비유의 달인’이다. 교황 말씀이라고 하면 어려운 신학 용어가 많고, 정형화돼 있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비유를 들어 핵심을 단순 명료하게 전달하는 게 ‘프란치스코식 화법’이다. 특징이라면 질병과 의료에 관련된 비유를 즐겨 동원한다는 점이다.

본질과 핵심을 콕 찔러

2013년 즉위 직후 교회를 ‘야전병원’이라고 한 비유가 가장 유명하다. “심각한 부상자에게 콜레스테롤이 있는지 묻거나 혈당 수치를 재겠다고 나서면 안 된다. 우선 치료부터 해서 생명을 살리는 게 순서”라며 구원의 메시지도 즉각적으로 선포돼야 한다고 말했다. ‘뭣이 중헌디?’라는 유행어가 말하듯 절차와 형식에 얽매여 본질을 놓치지 말라는 메시지다.

2014년 성탄 대축일 사흘 전, 교황청 행정조직의 병폐와 고위 성직자들의 관료주의를 질타하면서 열거한 15가지 질병은 두고두고 회자된다.

교황은 그때 “자기비판과 혁신 없는 교황청은 병든 신체”라고 말했다. 이어 △하느님의 존재를 잊고 다른 일에 몰두하는 ‘영적 치매’ △이중생활과 위선에 빠져 사는 ‘존재론적 정신분열증’ △영원히 죽지 않을 듯 권력과 부에 집착하는 ‘무병불사의 착각’ △파벌 이익을 우선하는 ‘암’ 등을 쉼 없이 나열했다.

그날 성탄 인사를 기대했던 고위 성직자들은 다들 심각한 표정이었고, 연설이 끝나자 어색하게 박수를 쳤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지난해 비슷한 시기에는 교황청 쇄신을 위해서는 영성과 인간성, 성숙과 배려 등 12가지 덕목이 요구된다면서, 이 덕목들을 ‘꾸리아(교황청 조직)의 항생제’라고 표현한 바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10월 아침미사에서는 “위선은 그늘에서 활동하는 바이러스”라며 이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으려면 기도를 많이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병명만 나열하는 것은 아니다. 영혼에 좋은 약도 추천한다.

“오늘 효과 좋은 약 하나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어떤 사람은 ‘교황이 약사인가?’ 하고 생각할지 모르겠습니다. 이 약은 마음을 위한 59개 알로 되어 있습니다. ‘자비심 기도 묵주’라는 영적 명약입니다. 이 약은 영혼에 도움을 주고 형제애와 용서, 사랑을 전파하도록 도와줍니다.”(2013년 11월 17일 삼종기도 가르침) 교황은 실제로 이날 교황청 자선처가 준비한 자비심 기도 묵주를 순례자들에게 나눠줬다.

질병·치료 관련 단어 자주 사용

그의 강론과 연설에 질병과 치료에 관한 단어가 자주 등장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예수회 발행 잡지 「치빌타 카톨리카」 편집장 안토니오 스파다로 신부는 교황이 21살에 폐렴 합병증으로 죽을 고비를 넘긴 경험과 연관이 있을 것으로 추측한다. 당시 오른쪽 폐 윗부분을 절단한 투병이 영적 감수성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얘기다.